2026년 8월 25일 화요일

📰 이번주 미국 시장 뉴스

사상 최대 제재를 발표했는데 유가는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월요일 아침, 베센트 재무장관이 기자회견장에 서서 "우리는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이란의 금융 연결망을 상대로 경제적 총공세를 시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작전명은 Operation Economic Outcast. 본인 표현으로 "이란과 그 조력자들을 겨냥한 전례 없는 캠페인"이었어요. 전날인 일요일 밤에는 X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동틀 녘에 경제판 D-Day가 시작된다, 적을 상대로 동원된 사상 최대의 금융 공세다. 같은 표현을 FT 기고문에도 썼고요. 수사만 놓고 보면 이보다 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발표 전 오전에 WTI는 1.62% 내린 $85.65, 브렌트는 1.38% 내린 $93.09였는데, 발표가 끝난 뒤 둘 다 낙폭이 더 커져서 WTI는 2.5% 내린 $84.89, 브렌트도 2.5% 내린 $92.06이 됐어요. 중동 산유국을 상대로 사상 최대 제재를 걸었는데 기름값이 떨어진 겁니다. 지난 금요일 종가가 브렌트 $94.39, WTI $87.06이었고 브렌트 기준으로 2주 연속 올라 그 주에만 6% 가까이 뛴 상태였던 걸 감안하면 더 이상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하락 출발했습니다. 나스닥 선물 1.14%, S&P 500 선물 0.26%, 다우 선물 0.11% 하락이었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발표문을 뜯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번 조치의 핵심 수단은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예요. 이란을 직접 때리는 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잘라내는 방식입니다. 새로 확대 적용되는 분야가 다섯 개인데 디지털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이고요. 즉시 조치로는 재무부가 약 60곳의 단체와 개인, 선박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핵과 미사일 기술 조달, 사이버 작전, 석유 밀수에 관여한 대상들이고 그 명단에는 중국과 홍콩, 인도, 싱가포르, UAE, 터키의 기업과 개인이 들어 있어요. 중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베센트는 못 박았습니다. "오늘 여기서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그 누구도 미국 제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유가가 튀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이런 말도 나왔어요. 각국에 개별 타임라인을 주겠다는 겁니다. 재무부와 국무부, 국방부 팀이 나라별로 만나 이란 관련 사업을 정리할 시한을 제시하고, 그 안에 정리하지 않으면 그때 2차 제재를 매기겠다는 방식이에요. 시한을 언제까지로 잡을지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한을 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 인내심이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유예 기간(cure period)까지 뒀어요. "우리는 모두에게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상당수 2차 제재가 즉시 발효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발표를 두고 가장 강력한 조치는 미뤄뒀다고 평가했고요.

그러니까 가격을 정한 건 제재의 강도가 아니라 속도였습니다. 시장이 겁내던 시나리오는 이란산 원유가 당장 시장에서 사라지는 그림이었어요. 그런데 유예 기간을 주고 나라별로 협의해서 시한을 잡는다는 건, 적어도 당분간 공급이 뚝 끊기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발표문의 수사는 사상 최대였지만 실행 일정은 점진적이었어요. 원유는 수사가 아니라 배럴 단위로 움직입니다. 베센트는 이번 주 안에 주요 금융기관 한 곳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했으니, 아직 남은 카드가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시는 게 좋겠어요.

그럼 우리가 진짜 봐야 할 건 뭘까요. 저는 인플레이션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유가가 안 튀었다는 건 지금 시점에서는 물가를 밀어올릴 압력이 하나 덜하다는 뜻이에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난주 시장을 끌어내린 게 실적이 아니라 국채였기 때문입니다. 30년물 국채 금리가 8월 17일에 5.31%, 18일 장중엔 5.34%까지 올라갔어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금요일 종가로도 30년물 5.27%, 10년물 4.73%였고, 그 결과 S&P 500은 주간 1.4% 내린 7,674.37, 나스닥은 2.0% 내린 26,180.46으로 3주 연속 상승 흐름이 끊겼습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왜 주식이 빠지는지, 어려운 용어 없이 짚고 갈게요. 국채 금리는 쉽게 말해 아무 위험도 지지 않고 받는 수익률이에요. 미국 정부가 돈을 안 갚을 걱정은 접어둔다면, 국채를 사서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연 5.3%가 들어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구가 찾아와 "내 가게에 투자해라, 잘되면 연 7% 나온다"고 하면 어떠세요. 은행이 2% 주던 시절엔 솔깃했겠지만, 가만있어도 5.3%인 세상에서는 시시합니다. 주식도 똑같아요. 위험을 지고 사는 자산이라 무위험 수익률보다 확실히 높은 기대수익을 요구받는데, 그 기준선 자체가 올라가버린 거예요. 그리고 타격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지금 당장 잘 버는 회사보다 "10년 뒤에 이만큼 벌 겁니다"로 평가받는 회사가 훨씬 세게 맞아요. 10년 뒤 100만원과 내년 100만원 중에 금리가 오를 때 오늘 가격이 크게 깎이는 쪽은 당연히 10년짜리니까요. 나스닥이 S&P보다 더 빠진 게 정확히 이 이야기입니다.

배경에는 숫자가 있습니다. 8월 19일, 미국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40조 달러를 넘었어요. 약 40조 500억 달러고 10년 만에 두 배가 된 겁니다. 지금 미국이 빌린 돈의 이자로만 1년에 1조 1,000억 달러를 쓰는데, 이게 국방예산보다 많아요.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진 않았습니다. 같은 날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을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직후 30년물은 5.26%에서 5.18%로 뚝 떨어졌어요. 베센트는 다음 날 "필요하면 더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못을 박았고요. 그런데 금요일 종가는 다시 5.27%였습니다. 정부가 직접 사줬는데도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장이 지금 무엇을 걱정하는지 보여줍니다.

여기서 유가와 금리가 한 몸이 됩니다. 오늘 유가가 안 튄 덕분에 인플레이션 쪽 압력이 하나 덜해졌지만, 유예 기간이 끝나고 실제로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서 빠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그때는 유가가 물가를 밀어올리고, 물가가 안 잡히면 금리 인하는 더 멀어집니다. 그리고 이번 주 달력이 하필 빡빡해요. 26일 수요일 장 마감 후 엔비디아 실적이 나오고(회사 가이던스 910억 달러 ±2%, 컨센서스 약 919억 달러), 지난 서한에서 "이달 말"이라고 말씀드렸던 잭슨홀이 바로 이번 주입니다. 심포지엄은 27일부터 29일까지, 워시 의장의 첫 기조연설은 28일 금요일 오전이고 같은 날 7월 근원 PCE도 나와요. 분위기는 일주일 만에 뒤집혔습니다. 8월 19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 표결이 9대 3 동결이었는데, 반대표를 던진 해맥과 카시카리, 로건 세 사람이 전부 인하가 아니라 25bp 인상을 원했다는 게 확인됐거든요. 그 결과 9월 회의 전망은 동결 68.4%, 인상 약 28.5%, 인하는 1%도 안 되는 상태가 됐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긴장 구도 하나를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재무부는 바이백을 두 배로 늘려가며 장기금리를 직접 누르러 나섰습니다. 그런데 연준의 새 의장은 7월 말에 "단기 가이던스가 아니라 장기 구조적 질문에 집중하겠다", "연준은 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것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취지로 미리 선을 그어뒀어요. 한쪽은 금리를 내리고 싶어 하고, 다른 한쪽은 딴 곳을 보겠다고 말합니다. 그 사이에서 오늘 우리가 확인한 건 이거예요. 사상 최대라고 선언된 제재 앞에서 원유는 오히려 내렸고, 정부가 직접 사들인 국채는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발표문의 크기와 숫자의 방향이 자주 어긋난다는 뜻이고, 저는 그럴 때 헤드라인의 형용사보다 숫자가 실제로 어느 쪽으로 갔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래서 이번 주 제가 붙잡고 있는 두 문장은 이겁니다. 돈값이 20년 만에 가장 비싸졌다는 것, 그리고 시장의 수사와 실제 숫자는 자주 다른 말을 한다는 것. 마침 이번 주 인사이트에서 다룰 이야기가 정확히 그 두 가지에 걸려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의 최근 매수를, 그를 30년 넘게 따라 산 사람이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타민의 인사이트

버핏이 구글을 산 진짜 이유는 구글이 아니었습니다

지난주 서한에서 버크셔의 알파벳 매수 이야기를 길게 나눴죠. 그러면서 다음 서한에서 이어가겠다고 약속드렸는데, 마침 딱 맞는 재료가 나왔습니다. 버핏을 30년 넘게 연구하고 따라 산 사람이, 이번 매수를 두고 지난주 우리 온도와는 전혀 다른 온도로 말했거든요.

모니시 파브라이입니다. 버핏과의 자선 점심 경매에 낙찰받아 실제로 밥을 먹은 걸로 유명하고, 스스로를 "뻔뻔한 카피캣"이라 부르며 버핏과 멍거의 방식을 대놓고 복제해온 투자자예요. 그러니까 버핏의 이번 선택을 세상에서 가장 우호적으로 해석할 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한 시간짜리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은 이랬어요. 여기에 너무 의미부여 하지 마세요.

전체 인터뷰는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VClxzcbjpgA

먼저, 이 결정은 누가 했을까

시장의 첫 번째 궁금증은 이 매수를 버핏이 했느냐 그레그 아벨이 했느냐였습니다. 파브라이는 아벨보다는 버핏이 했다고 보는 편이 훨씬 말이 된다고 했어요.

근거가 재밌습니다. 첫째, 버핏은 구글을 아주 오래전부터 앞자리에서 관찰해온 사람이에요. 버크셔가 소유한 GEICO가 구글의 광고 고객이었거든요. 파브라이의 전언에 따르면, 클릭 한 번에 20달러를 내는데 구글이 그 클릭을 만드는 데 드는 원가는 1센트도 안 된다는 걸 버핏은 청구서를 결재하는 자리에서 봤다고 합니다. 그 경제성을 다 보고도 그때 사지 않은 걸 두고 버크셔 사람들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자책해왔다고 해요. 둘째, 구글이 상장하기 전에 세르게이와 래리가 버핏을 직접 찾아왔던 적이 있습니다. 상장회사가 되는데 버크셔처럼 운영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러 온 거였어요. 인연도 이해도도 아벨보다 버핏 쪽이 훨씬 깊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훈훈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방 안의 800파운드 고릴라는 종목이 아니라 사이즈였습니다

❝

"People shouldn't read too much into it because Google is a 4 trillion market cap company. He has to make those bets because his universe is so small."

"사람들이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됩니다. 구글은 시가총액 4조 달러짜리 회사예요. 그가 이런 베팅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의 유니버스가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모니시 파브라이, 유튜브 인터뷰, 2026

유니버스가 작다는 표현이 처음엔 이상하게 들리실 거예요. 버크셔는 세상에서 가장 큰 투자 주체 중 하나인데 선택지가 작다니요. 그런데 바로 그 크기 때문에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굴리는 돈이 1조 달러 단위가 되면, 포트폴리오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려면 한 종목에 수백억 달러를 넣어야 해요. 그런데 수백억 달러를 시장가격을 망가뜨리지 않고 사들일 수 있는 회사가 세상에 몇 개나 될까요. 몇십 개뿐입니다. 그러니까 버핏은 "가장 좋은 회사"를 고른 게 아니라 "내가 살 수 있는 크기의 회사들" 안에서 골라야 했던 거예요.

파브라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1조 달러 이상을 굴리는 버핏은 500억 달러를 굴리던 시절의 버핏에 비해 두 손이 등 뒤로 묶여 있는 셈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 그가 1,000억 달러 정도를 굴리고 있었다면 구글 베팅 같은 건 애초에 없었을 거라고 못 박았습니다. 아벨이냐 버핏이냐를 따지는 건 사실 곁가지였다는 이야기예요. 진짜 주인공은 규모였습니다.

버핏 본인도 이 투자를 낮춰 말했습니다

여기서 저를 정말 멈춰 세운 대목이 있어요. 파브라이만 이렇게 말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버핏 본인이 7월 CNBC 인터뷰에서 알파벳에 대해 이렇게 말했거든요.

❝

"I would say that I don't like it as well as at least four or five other businesses that we own."

"우리가 보유한 다른 최소 네다섯 개 사업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겠습니다."

워런 버핏, CNBC 인터뷰, 2026년 7월

자기가 시작한 투자를, 자기 입으로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네다섯 번째보다 아래"라고 순위를 매긴 거예요. 참고로 알파벳은 2026년 2분기 13F 기준 약 1억 600만 주로, 애플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이어 버크셔에서 세 번째로 큰 보유 종목입니다. 게다가 지난 6월 버크셔는 알파벳이 AI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려고 진행한 100억 달러 규모 사모 배정에도 참여했어요. 이 정도면 확신에 찬 베팅처럼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순위를 낮게 매깁니다.

이 둘을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선명해져요. 좋아하는 순서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살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나은 걸 고른 사람의 그림입니다.

빚 없던 회사가 빚을 지기 시작한 시점

파브라이가 짚은 구글의 변화도 흥미로웠습니다. 구글은 부채가 있는 회사였던 적도, capex가 큰 회사였던 적도 없었는데 이제는 둘 다 가진 회사가 됐다는 지적이에요.

CPA로 일하다 보면 이 두 가지가 재무제표에서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지 매일 봅니다. capex는 현금흐름표에서 빠져나가지만 손익계산서에는 그해에 전부 찍히지 않아요. 자산으로 올라간 뒤 몇 년에 걸쳐 감가상각으로 나눠 들어가죠. 그래서 capex가 폭증해도 당장 이익은 멀쩡해 보입니다. 반면 부채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이자비용은 매 분기 손익계산서를 정직하게 갉아먹고, 만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 날짜입니다. 그리고 그 이자율은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정해요.

바로 여기서 위쪽 뉴스 섹션과 이야기가 만납니다. 부채가 거의 없다시피 하던 구글이 본격적으로 빚을 지고 돈을 태우기 시작한 시점이, 하필 3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인 시점이에요. 돈값이 20년 만에 가장 비싸진 세상에서 남의 돈을 빌려 미래에 베팅하기 시작한 겁니다. 파브라이가 인용한 저커버그의 말이 그래서 무겁게 들렸어요. 이 베팅이 성공할지 아닐지는 우리도 모르지만, 우리는 플레이해야만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파브라이는 이 문장 자체를 한번 곱씹어보라고 했어요. 확신이 있어서 쓰는 돈과, 안 쓰면 도태될까 봐 쓰는 돈은 회계장부에서는 똑같이 생겼지만 완전히 다른 물건이니까요.

골드러시, 그리고 길가의 시체들

AI의 결말에 대한 파브라이의 그림은 담백했습니다. 두세 곳이 크게 먹고, 나머지는 길가에 시체로 남는다는 거예요("two or three players make out big time and then there's a lot of carcasses on the roadside").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누가 승자고 누가 시체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는 이 판을 지금은 아주 어려운 게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격 이야기도 날카로웠어요. 구글이 지금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돈도, 같은 것을 몇 년 전에 지었다면 4분의 1이나 5분의 1이면 됐을 돈이라는 겁니다. 그 사이에 같은 걸 짓는 데 드는 값이 4~5배가 됐으니까요. 그가 여기에 붙인 이름이 골드러시였습니다. 골드러시에서 확실히 돈을 버는 쪽은 금을 캐는 사람이 아니라 곡괭이를 파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 곡괭이 장수조차 파브라이에게는 too hard pile이었어요. 메모리 3사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꺼낸 일화가 압권입니다. 마이크론 CFO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대요. 공장이 하나 불타서 완전히 똑같이 다시 짓는다고 해봅시다. 도면도 있고 처음 지었던 사람들도 다 남아 있어요. 그래도 같은 수율이 나올지는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 사업에는 흑마술 같은 부분이 있어서요("because there's a part of this business that's black magic").

만드는 회사의 CFO조차 자기 공장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사업. 그걸 바깥에서 스프레드시트로 예측하겠다는 건 무리라는 게 파브라이의 결론이었습니다. 그가 정리한 원칙은 단순했어요. 유튜브에서 다들 이야기하고 팟캐스트에서 다들 이야기하는 영역, 거기는 자기가 투자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도 관심 없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너무 뻔해서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곳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어요. 유튜브를 하는 사람으로서 뜨끔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too hard pile을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도 설명했어요. 사람은 자존심이 높아서 "이건 내가 못 알아내겠다"고 인정하기를 싫어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too hard pile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겸손의 훈련이고, 아주 공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우리입니다

파브라이가 자기 얘기를 하다가 툭 던진 문장이 있어요. 자기는 여전히 미키마우스 게임을 잔뜩 할 수 있고 그게 아주 재밌는데, 버핏은 빅리그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었어요.

❝

"As you have lower amounts of money to invest, your opportunity set gets larger. Your returns possibilities get larger. But you have to have the discipline."

"투자하는 금액이 작아질수록 기회의 집합은 커집니다. 수익 가능성도 커지고요. 다만 규율이 있어야 합니다."

모니시 파브라이, 유튜브 인터뷰, 2026

저는 이 대목에서 잠깐 화면을 멈췄어요. 우리는 보통 계좌가 작다는 걸 약점으로 여기잖아요. 몇백만원, 몇천만원으로 뭘 하겠냐고요. 그런데 파브라이의 프레임에서는 정확히 반대입니다. 작은 돈은 세상의 거의 모든 회사를 살 수 있어요. 시가총액 3,000억원짜리 회사도, 하루 거래대금이 몇억원인 회사도 우리에겐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버크셔는 그 회사를 아무리 좋아해도 쳐다볼 수조차 없어요. 지분을 다 사도 포트폴리오에서 반올림하면 0이니까요.

제가 텐배거 포트폴리오에서 소형주들을 다루면서 매년 체감하는 게 이겁니다. 그 회사들은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두세 곳밖에 없고, 컨퍼런스콜에 들어오는 질문도 몇 개 안 되고, 뉴스도 거의 안 납니다. 정보가 부족해서 불편한 게 아니라, 나만큼 읽은 사람이 적다는 사실 자체가 그대로 우위가 되는 구조예요. 반대로 시가총액 4조 달러짜리 회사는 지구상 모든 애널리스트가 이미 다 읽었습니다. 거기서 제가 남들보다 더 알아낼 게 뭐가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 파브라이의 이야기에는 조금 불편한 함의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버핏의 13F를 그대로 베끼는 행위는,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사람의 선택을 두 손이 자유로운 사람이 따라 하는 일이라는 거예요. 그 선택은 그 사람의 제약 조건 아래에서 최적이었지, 우리 조건에서도 최적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알파벳이 나쁜 회사라는 말이 전혀 아닙니다. 그저 "버핏이 샀으니까"가 우리의 매수 논리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에요. 버핏 본인이 네다섯 번째보다 아래라고 말한 종목이잖아요.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저는 세 가지를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13F를 볼 때 "무엇을 샀나"보다 "왜 그것밖에 살 수 없었나"를 같이 봅니다. 제약 조건을 모르고 결과만 베끼면 남는 게 없어요. 둘째, too hard pile을 진짜 파일로 만듭니다. 저는 노션에 실제로 그 이름의 페이지를 두고, 며칠을 들여다봤는데도 사업 모델이 손에 안 잡히는 회사를 거기 던져 넣어요. 던져 넣는 순간 마음이 아주 편해집니다. 셋째, 내 계좌 크기를 약점이 아니라 사냥터의 범위로 다시 정의합니다. 커버리지가 얇은 회사, 아무도 안 물어보는 회사, 그런데 숫자는 꾸준한 회사. 그게 우리에게만 열려 있는 구역이에요.

이번 주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이겁니다. 지금 내 포트폴리오는 나만 할 수 있는 미키마우스 게임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손이 묶인 사람들의 빅리그를 굳이 흉내 내고 있나요. 보유 종목 리스트를 한 번 쭉 훑어보시고, 각 종목 옆에 "내가 이걸 아는 이유"를 한 줄씩 적어보세요. 그 한 줄이 "버핏이 샀으니까"거나 "다들 사길래"라면, 그건 우리의 우위가 아니라 남의 제약 조건을 빌려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 텐배거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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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TI $39.78 $75.52 16.4% +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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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BD $49.59 $58.95 10.3% +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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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 $247.04 $209.06 6.0% -15.37%
PDD $130.76 $87.07 4.8% -33.41%
CPNG $26.73 $16.44 4.4% -38.50%

이번 주는 포트폴리오가 조용했던 대신 달력이 시끄럽습니다. 구독자 포트폴리오에서는 세일즈포스(CRM)가 눈에 띄었어요. 지난주에 UBS와 씨티가 나란히 목표주가를 올렸고 JP모건도 투자의견을 다시 제시했는데, 근거로 공통되게 언급된 게 Agentforce 배포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안지가 바로 8월 26일 실적에서 나옵니다. 저는 이번 콜에서 목표주가 상향보다 훨씬 중요한 게, AI 제품이 실제 매출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경영진이 숫자로 말해주느냐라고 보고 있어요.

🤖 이 주의 AI 프롬프트

내부자들은 지난 3년간 자기 회사 주식을 샀을까요, 팔았을까요

파브라이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곳"을 찾는다고 했죠. 커버리지가 얇은 회사일수록 밖에서 볼 수 있는 정보가 적은데, 그럴 때 제가 제일 먼저 열어보는 게 SEC Form 4입니다. 회사의 임원과 이사, 10% 이상 주주는 자기 회사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이틀 안에 공시해야 하거든요. 회사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이 날짜별로 다 남아 있는 셈이에요. 문제는 이 데이터가 건별로 흩어져 있어서 그림이 안 그려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래 프롬프트를 만들었어요.

🔍 추천 프롬프트

[역할]
너는 SEC 공시 데이터를 다루는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다. 내부자 거래 공시를
정리해 개인투자자가 한눈에 볼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 네 일이다.

[데이터]
- 대상 종목: {티커}
- 조회 기간: 최근 3년 (오늘 기준 36개월)
- 출처: SEC EDGAR의 Form 4 공시 (Statement of Changes in Beneficial Ownership)
- 보조 데이터: 해당 기간의 분기별 발행주식총수(10-Q / 10-K 표지 기준),
  분기별 주가(종가 기준)

[과제]
1. 기간 내 모든 Form 4 거래를 수집해 아래 항목으로 정리한다.
   거래일, 신고자 이름, 직위(CEO / CFO / 기타 임원 / 이사 / 10% 이상 주주),
   거래 코드, 주식 수, 단가, 거래금액
2. 거래 코드를 반드시 아래 세 그룹으로 분리한다. 이 분리가 이 작업의 핵심이다.
   (A) 공개시장 자발적 매수: 코드 P
   (B) 공개시장 자발적 매도: 코드 S 중 10b5-1 사전약정 표기가 없는 건
   (C) 신호가 약한 거래: 옵션 행사(M), RSU / PSU 베스팅에 따른 취득(A),
       세금 납부 목적의 원천공제 매도(F), 10b5-1 사전약정에 따른 매도,
       증여(G), 신탁 간 이전 등
   각 Form 4의 각주(footnote)와 10b5-1 체크박스를 반드시 읽고 판정한다.
3. 모든 수량을 절대 금액이 아니라 해당 분기 발행주식총수 대비 비율(%)로
   환산한다. 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비교하기 위함이다.
4. 직위별로 순매수 비율을 따로 집계한다.

[추론 과정]
- 판정 근거가 불확실한 거래는 임의로 분류하지 말고 '판정 보류'로 남기고
  왜 애매한지 한 줄로 적는다
- 원 데이터에 없는 수치는 절대 추정해서 채우지 않는다. 결측은 결측으로 표기한다
- 결론을 먼저 정하고 데이터를 맞추지 않는다. 집계 결과를 먼저 보여준 뒤
  해석을 붙인다

[출력 형식]
1. 그래프: 가로축은 분기(12개 분기). 세로 막대는 그룹 (A) 매수와 (B) 매도의
   분기별 순합계를 발행주식총수 대비 %로 표시한다. 같은 그래프에 주가를
   선으로 겹쳐 내부자가 언제 움직였는지 눈에 보이게 한다. 그룹 (C)는
   회색 반투명 막대로 따로 표시해 구분한다
2. 요약 표: 직위별 x 3년 누적 순매수 비율(%), 거래 건수, 참여 인원 수
3. 특이 패턴 3가지: 데이터에서 눈에 띄는 지점 3개를 지목하고 각각
   근거 수치와 함께 2~3문장으로 설명한다
   (예: 특정 분기에 매수가 집중됐는지, 특정 인물만 반복 매수했는지,
   주가 급락 구간에 내부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4. 마지막에 '이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것' 3가지를 적는다

💡 사용 예시

이번에는 최근 내부자 매수가 있었던 아도비 주식에 프롬프트를 써봤습니다.

💡 타민의 팁: 이 프롬프트에서 진짜 값어치는 그래프가 아니라 거래 코드를 셋으로 쪼개는 부분입니다. 안 걸러내고 보면 "CFO가 대량 매도"라는 무서운 문장이 나오는데, 열어보면 RSU 베스팅에 딸린 세금 납부용 자동 매도인 경우가 태반이에요. 그리고 여기엔 중요한 비대칭이 하나 있습니다. 내부자가 파는 이유는 수십 가지예요. 이혼, 집 구입, 자녀 학비, 세금, 분산투자. 그래서 매도는 신호가 약합니다. 반면 공개시장에서 자기 돈을 꺼내 사는 이유는 사실상 하나뿐이라 신호가 훨씬 강해요. 다만 신호가 강하다는 게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부자도 자기 회사 주가를 자주 틀리고, 회사를 잘 아는 것과 주가를 잘 아는 건 완전히 다른 능력이에요. 이건 판단의 결론이 아니라 "왜 하필 이 시점에 샀을까"를 파고들기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쓰시는 게 맞습니다.

📚 딥리서치는 조각을 이어붙이는 도구입니다

방금 보신 Form 4 프롬프트는 질문 하나를 풉니다. 내부자들이 지난 3년간 무엇을 했는가. 깔끔하고 답도 분명하죠. 그런데 그것만으로 종목 하나를 판단할 수는 없잖아요. 매주 이 자리에서 프롬프트를 하나씩 드리다 보니 그 생각이 계속 남았습니다. 이 조각들을 하나의 회사 위에 전부 얹으면 어떤 그림이 될까.

그 답을 AI의 딥리서치 기능으로 풀어보는 게 지금 쓰고 있는 전자책의 한 축이에요. 딥리서치는 질문 하나에 답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료를 찾아다니며 여러 갈래를 한 번에 끌고 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종목 조사처럼 사업 구조와 숫자와 사람들의 행동을 동시에 봐야 하는 작업에 잘 맞아요. 전자책에서는 설명만 하지 않고 종목 하나를 실제로 정해서 시작부터 결론까지 조사하는 과정을 통째로 보여드립니다. 무엇을 시켰고, 돌아온 결과에서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했고, 어디서 멈춰서 다시 파고들었는지까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챕터에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대목은 잘 되는 사례가 아니라 안 되는 사례입니다. 딥리서치는 놀랄 만큼 그럴듯한 보고서를 내놓는데, 열어보면 출처가 블로그 한 편뿐이거나 재작년 숫자를 올해 것처럼 끌어다 쓰는 경우가 있어요. 더 무서운 건 결론을 먼저 잡아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만 골라오는 경향입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논리가 매끄러우니 오히려 안 걸러집니다. 그래서 어디를 의심해야 하는지, 어떤 문장이 나오면 원문을 직접 열어봐야 하는지를 함께 다룹니다. 도구를 쓰는 법보다 그걸 거르는 눈이 실제 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챕터가 정리되는 대로 웨잇리스트에 계신 분들께 가장 먼저 발췌를 보내드릴게요.

💌 타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매주 주주서한을 써내려가다 보면, 구독자분들이 어떻게 읽고 계신지가 늘 궁금합니다. 이번 주 내용이 도움이 됐는지, 투자하면서 궁금한 게 생겼는지, 아니면 그냥 응원 한마디라도, 뭐든 좋아요. 타민이 직접 읽겠습니다. (1분이면 충분해요)

지난 주 리뷰 남겨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 마무리 인사

이번 주 두 이야기는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납니다. 돈값이 20년 만에 가장 비싸진 세상이 됐고, 그래서 먼 미래에 벌 돈으로 평가받던 회사들이 먼저 흔들렸어요. 그런 환경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투자자는 선택지가 몇십 개밖에 없어 그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선택지가 수천 개예요. 이게 이번 주에 제가 가장 오래 곱씹은 대비였습니다.

이번 주 달력은 빡빡합니다. 수요일에 엔비디아, 목요일에 빌드어베어, 금요일 오전에 워시 의장의 첫 잭슨홀 연설과 7월 근원 PCE가 줄줄이 나와요. 결과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결과가 나온 뒤에 그걸 어떻게 읽을지는 미리 정해둘 수 있어요. 다음 서한에서는 이번 주에 쏟아진 숫자들을 하나씩 뜯어보면서, 무엇이 진짜 신호였고 무엇이 그냥 소음이었는지 같이 정리해볼게요.

한 주가 시끄러울수록 계좌를 여는 손가락이 바빠집니다. 저는 그럴 때 오히려 창을 닫고 회사 하나를 더 읽어요. 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보상은 반응 속도가 아니라 견딘 시간이니까요.

Time in the Market beats Timing the Market 🚀